느슨하게 이어져 있는 것은 양극단이 두툼한 데에 비해 그 이음새는 가늘고 아슬아슬하다. 차라리 팽팽한 구도가 좀 더 안정적이랄까. 그런, 느슨하고 아슬아슬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것은 둘 이상의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아슬아슬하고 차라리 끊어버리는 게 속이 편할 수도 있는데 구태여 이어져있다는 말이다. 이 지점에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확실하고 보장된 연결보다 느슨하고 아슬아슬한 연결의 성질이 더 단단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어른이 된 현재에 떠오른 생각을 역추적하여 어릴 적을 떠올리고, 그 시절을 현재와 비교한다. 그러한 그들의 기억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 지난 시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던 평화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평안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전시 《느슨한 믿음과 사랑으로》는 박은영, 윤수진, 이민지, 채서정, 최유리 그리고 EG1이 함께한다. 작가들은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를 바라본다거나 현재의 징후로 보아 과거를 떠올리는 기억에 대한 접근 그리고 자신의 평안을 위한 장소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작가들의 다양한 서사를 관통하는 주제를 ‘느슨한 믿음과 사랑’이라고 펼쳐보았다. 느슨한 상태는 팽팽한 것의 반대 항에 있으며 포물선이 뒤집힌 모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성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실타래, 수타면, 글루텐 반죽 등의 늘어지고 간신히 이어져 있는 상태를 예시로 들 수 있겠다. 팽팽하고 견고한 이음새에 비하여 늘어지고 느슨한 상태로 이어진 이 예시들은 사실, 애써 붙잡는 것보다 끊어내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게 종결시킬 수 있는 성질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들은 양극단을 잇고 있다. 즉 쉬운 길을 두고서 견고하지 않더라도 그 이음새를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전시는 작가들마다의 믿음과 사랑의 속성을 보여준다. EG1에게 사랑은 완벽한 관계를 약속하는 환상적인 믿음이었고, 채서정에게 사과는 방황하는 자의 믿음이 되어주었다. 박은영에게 감정은 그의 기억에 집이 되어주었으며, 최유리에게 집은 가벼운 울타리이자 동시에 가장 연약한 구석을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이민지에게 기억은 흔적에 대한 믿음이었고, 윤수진에게 균열에 대한 감정은 사랑에 대한 징후였다. 본 전시는 이렇게 각자에게서 끝내 놓지 않고 느슨하게 움켜쥔 믿음을 공유한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은 깡통 같은 집이 무너져도, 로맨틱한 사랑도 없고 골방을 전전하더라도 너무나도 멋지게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개인마다의 희로애락이 있겠지만) 어쩌면 이들은 사랑이, 자신의 절대적 존재가,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믿음이 그리 견고하지 않더라도 ‘다시 돌아올 무엇과 새끼손가락 하나 느슨하게 걸고 현재를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느슨한 사랑과 믿음으로》
박은영, 윤수진, 이민지, 채서정, 최유리, EG1
글/기획: 박혜빈
2026. 5. 12 ~ 5. 30
화~일 12~19시 (월, 공휴일 휴관)
헤리시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8-1, 에이치원빌딩 B1F)
《With Loose Love and Belief》
Park Eunyoung, Yoon Sujin, Lee Minji, Chae Seojung, Choi Yuri, EG1
Curated by Park Hyebin
2026. 5. 12 ~ 5. 30
Closed on Mon & Public Holidays
Heresi (58-1, Dongsomun-ro, Seongbuk-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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