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현장을 읽다, 스튜디오 비짓
스튜디오 비짓은 창작의 현장을 공유하고 예술적 관점을 나누는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큐레이토리얼 멤버와 작가 멤버가 작업실에서 만나 서로의 작업 방식과 고민을 나누고, 그 대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번 스튜디오 비짓에서는 퀴어한 경험을 바탕으로 퍼포먼스와 조형 작업을 이어가는 임아진 작가와, 미술계의 작동 원리와 이미지의 정치적 가능성을 연구하는 정윤선 비평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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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윤선: 올해 11월에 개인전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아진: 2026년 11월 2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연희동에 있는 팩션(@faction.seoul)에서 개인전을 해요. 사포(Sappho)라는 인물과 그가 살았던 레스보스(Lesbos, 레즈비언 단어의 유래가 된 섬)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할 예정이에요. 섬이라는 곳은 연인에게 가장 로맨틱한 곳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 쫓겨나 머무르게 되는 곳이기도 해서 재미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레스보스섬은 지상 낙원이고, 꿈의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제 퍼포먼스에 등장하는 나비가 가고 싶은 바로 그곳이에요. 사포의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낭독하는 등의 작업을 계획 중입니다.
Q. 윤선: 드로잉,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퍼포먼스 작업은 실제로 볼 수 없어서 맥락이 궁금했어요.
A. 아진: 저는 제가 다루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다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작업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로잉, 회화, 조각, 퍼포먼스로 구분해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프로젝트별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안에 여러가지 매체의 작업이 있다고 봐요. 신발이라는 조형물을 만들고, 그것을 활용해서 퍼포먼스를 하는 식으로요. 〈방황하는 나비〉(2025)는 걸어다니면서 마주친 사람들과 소통하는 퍼포먼스였고, 〈나비는 사랑을 하고 싶어! (+다른 고민들)〉(2025)은 한 장소에 머물면서 저에게 다가온 사람들과 소통하는 퍼포먼스였어요. 나비는 레즈비언도 아니고 어떠한 존재일 뿐이에요. 이 나비는 말을 못 하지만 마주친 사람들에게 질문이 적힌 보드를 보여주면서 질문을 던졌어요. 얼굴들 프로젝트 시리즈 〈2024 프라이드 엑스포의 얼굴들〉(2024), 〈2026 서울 퀴어 퍼레이드의 얼굴들〉(2026)은 드로잉을 하는 퍼포먼스에요. 2024년부터 했는데 그 전에도 초상화 프로젝트를 하긴 했어요. 어느 시점부터는 초상화를 모으는 퍼포먼스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초상화가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또 예전에는 여자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라든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어요. 지금은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윤선: 평면 작업의 경우, 드로잉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드로잉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업을 구성하는 요소는 미감, 그리는 행위, 그리는 대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아진: 드로잉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빨리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빨리 마르고 속도감이 있어야 해요. 만드는 것 자체를 확확 세게 해요. 그렇게 만든 작은 드로잉이 모여서 하나의 신(scene)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감동을 느껴요. 그래서 모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드로잉은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저는 작은 것 하나하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좋아해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자 이런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생긴 것들이 모여있을 때 일부러 맞추려고 한 게 아닌데도 조화롭다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좋아해요. 그림 하나에서 모든 상징을 읽어주길 바라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부담스러워요. 전체적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속도감, 에너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워크숍이나 누드 크로키를 할 때도 펼쳐놓고 “막 하세요!” 라는 태도로 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같이 한다는 행위가 중요하기도 해요.
Q. 윤선: 작업의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리고 작가님의 작업은 시각적인 게 핵심이 되는 작업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A. 아진: 점점 다른 감각들을 넣고 싶어져요. 이번 개인전은 촉각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여러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성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생기게 되면서 촉각에 대해 고려하게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작품을 볼 때 편했으면 좋겠어요. 훼손되어도 괜찮아요. 감상하는 공간보다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에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화장실도 편했으면 좋겠고요.
Q. 윤선: 워크숍이나 초상화 프로젝트 등을 처음에는 작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이런 활동을 작업의 일부로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아진: 정말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어느 순간 저의 행보를 돌아보니, 이런 활동들을 아주 많이 해왔는데, 이게 작업이었구나 깨달았어요.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작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이야기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든,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만남을 이끌어내는 것이 작업인 것 같아요.
Q. 윤선: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나 전시가 있으신가요?
A. 아진: 먼저 해보고 싶은 건 접근성 측면에서 다 해결된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완벽한 베리어프리 공간에서, 100% 상주하는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또 초상화 프로젝트 작업에서 초상화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모아서 하고 싶어요. 현재 목표는 1,000장인데 금방 모을 것 같아요. 나중에 물리적으로 큰 전시를 만들고 싶기도 해요. 물량 공세를 하고 싶어요. 나비 퍼포먼스도 다른 데서도 해보고 싶고 사포 시집도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내 개인적인 관계, 레즈비언, 퀴어 정도까지 관심이 있었는데, 접근성이나 다른 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퀴어 페스티벌 가면 페미니즘, 비건, 팔레스타인 연대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어서, 커뮤니티를 통해 관심사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창작의 현장을 읽다, 스튜디오 비짓
스튜디오 비짓은 창작의 현장을 공유하고 예술적 관점을 나누는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큐레이토리얼 멤버와 작가 멤버가 작업실에서 만나 서로의 작업 방식과 고민을 나누고, 그 대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번 스튜디오 비짓에서는 퀴어한 경험을 바탕으로 퍼포먼스와 조형 작업을 이어가는 임아진 작가와, 미술계의 작동 원리와 이미지의 정치적 가능성을 연구하는 정윤선 비평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전문 보기
Q. 윤선: 올해 11월에 개인전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아진: 2026년 11월 28일부터 12월 19일까지 연희동에 있는 팩션(@faction.seoul)에서 개인전을 해요. 사포(Sappho)라는 인물과 그가 살았던 레스보스(Lesbos, 레즈비언 단어의 유래가 된 섬)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할 예정이에요. 섬이라는 곳은 연인에게 가장 로맨틱한 곳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 쫓겨나 머무르게 되는 곳이기도 해서 재미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레스보스섬은 지상 낙원이고, 꿈의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제 퍼포먼스에 등장하는 나비가 가고 싶은 바로 그곳이에요. 사포의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낭독하는 등의 작업을 계획 중입니다.
Q. 윤선: 드로잉,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퍼포먼스 작업은 실제로 볼 수 없어서 맥락이 궁금했어요.
A. 아진: 저는 제가 다루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다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작업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드로잉, 회화, 조각, 퍼포먼스로 구분해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프로젝트별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안에 여러가지 매체의 작업이 있다고 봐요. 신발이라는 조형물을 만들고, 그것을 활용해서 퍼포먼스를 하는 식으로요. 〈방황하는 나비〉(2025)는 걸어다니면서 마주친 사람들과 소통하는 퍼포먼스였고, 〈나비는 사랑을 하고 싶어! (+다른 고민들)〉(2025)은 한 장소에 머물면서 저에게 다가온 사람들과 소통하는 퍼포먼스였어요. 나비는 레즈비언도 아니고 어떠한 존재일 뿐이에요. 이 나비는 말을 못 하지만 마주친 사람들에게 질문이 적힌 보드를 보여주면서 질문을 던졌어요. 얼굴들 프로젝트 시리즈 〈2024 프라이드 엑스포의 얼굴들〉(2024), 〈2026 서울 퀴어 퍼레이드의 얼굴들〉(2026)은 드로잉을 하는 퍼포먼스에요. 2024년부터 했는데 그 전에도 초상화 프로젝트를 하긴 했어요. 어느 시점부터는 초상화를 모으는 퍼포먼스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초상화가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또 예전에는 여자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라든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어요. 지금은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윤선: 평면 작업의 경우, 드로잉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드로잉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업을 구성하는 요소는 미감, 그리는 행위, 그리는 대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아진: 드로잉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빨리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빨리 마르고 속도감이 있어야 해요. 만드는 것 자체를 확확 세게 해요. 그렇게 만든 작은 드로잉이 모여서 하나의 신(scene)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감동을 느껴요. 그래서 모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드로잉은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저는 작은 것 하나하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좋아해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자 이런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생긴 것들이 모여있을 때 일부러 맞추려고 한 게 아닌데도 조화롭다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좋아해요. 그림 하나에서 모든 상징을 읽어주길 바라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부담스러워요. 전체적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속도감, 에너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워크숍이나 누드 크로키를 할 때도 펼쳐놓고 “막 하세요!” 라는 태도로 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같이 한다는 행위가 중요하기도 해요.
Q. 윤선: 작업의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리고 작가님의 작업은 시각적인 게 핵심이 되는 작업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A. 아진: 점점 다른 감각들을 넣고 싶어져요. 이번 개인전은 촉각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여러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성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생기게 되면서 촉각에 대해 고려하게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작품을 볼 때 편했으면 좋겠어요. 훼손되어도 괜찮아요. 감상하는 공간보다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에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화장실도 편했으면 좋겠고요.
Q. 윤선: 워크숍이나 초상화 프로젝트 등을 처음에는 작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이런 활동을 작업의 일부로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아진: 정말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어느 순간 저의 행보를 돌아보니, 이런 활동들을 아주 많이 해왔는데, 이게 작업이었구나 깨달았어요.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작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 이야기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든,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만남을 이끌어내는 것이 작업인 것 같아요.
Q. 윤선: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나 전시가 있으신가요?
A. 아진: 먼저 해보고 싶은 건 접근성 측면에서 다 해결된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완벽한 베리어프리 공간에서, 100% 상주하는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또 초상화 프로젝트 작업에서 초상화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모아서 하고 싶어요. 현재 목표는 1,000장인데 금방 모을 것 같아요. 나중에 물리적으로 큰 전시를 만들고 싶기도 해요. 물량 공세를 하고 싶어요. 나비 퍼포먼스도 다른 데서도 해보고 싶고 사포 시집도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내 개인적인 관계, 레즈비언, 퀴어 정도까지 관심이 있었는데, 접근성이나 다른 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퀴어 페스티벌 가면 페미니즘, 비건, 팔레스타인 연대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어서, 커뮤니티를 통해 관심사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