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헬리온 

Parhelion 


파헬리온 

Parhelion


《파헬리온 Parhelion》은 다중적인 시공간 경험을 표현하는 작가, 김한솔과 이현지의 2인전이다. 여기서 ‘파헬리온’은 특정 조건에서 빛의 굴절로 인해 태양의 주변부에 빛으로 이루어진 점이나 고리가 형성되어 태양이 둘 이상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상 현상을 의미한다. 진짜와 가짜가 혼동되고, 몇 겹의 공간이 중첩되는 찰나. 두 작가는 이 현상에 빗대어 여러 개의 태양이 뜬 시공간을 상상해 펼쳐 낸다. 이들은 하나의 소실점으로 공간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이 아닌, 여러 개의 소실점을 통해 입체적으로 공간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표준시에 따라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우리가 일상에서 단위로 계산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두 작가는 ‘감각되는 시간’을 다룬다. 이는 우선, “절대적인 시간은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시간의 본질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유일하지 않으며 장소와 속도에 따라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또한,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 무초점적인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결국 시간의 방향성은 개인의 관점에 달려 있으며, 시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는 것은 ‘시간에 대한 감정’을 통해 가능하다. 생체 시계를 연구하기 위해 동굴이나 벙커에 고립되는 실험을 진행했던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외부의 규범적 시간을 벗어나는 순간, 시간은 주관적으로 감각되고 기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에서 논한 시간, 즉 주관적인 관점에서 경험의 축적, ‘나’의 공간에서 뻗어 나갔다가 ‘나’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와 감각되는 시간이 김한솔과 이현지의 작업에서 발견된다. 


김한솔은 도시 곳곳을 탐사할 때 경험하는 물질적인 감각을 작업에 담아낸다. 작가는 주로 터널, 골목과 같이 벽으로 둘러싸여 두 지점을 잇는 경계 공간(liminal space)에서 이동했던 경험을 기억 속에서 건져 올려 표현한다. 특히 그가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벽면의 흔적들이다. ⟨the lost one⟩에서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선은 시멘트 표면의 거친 질감, 긁힌 자국, 무언가가 묻었거나 닦인 흔적을 연상시킨다. 화면 위에는 선으로 은유된 도시의 시간, 그리고 이를 감각적으로 경험한 작가의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한편, 작가는 이 작업을 세 가지 종류의 지지체로 나누어 벽면, 모서리, 바닥에 설치한다. 이에 따라 화판, 시멘트, 캔버스의 물성이 충돌하며 균열이 만들어지게 되고, 화면은 여러 각도의 면으로 분할된다. 이렇게 분절된 면들은 각기 다른 시점과 시간의 층위를 암시하며, 복수의 공간감을 형성한다. 관람자는 여러 층의 시간이 압축된 화면과 이것이 파편화되어 나타나는 경계 공간을 몸과 시선을 움직이며 다채롭게 경험하게 된다. 마치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뜬 것만 같은, 다중의 시공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실제 공간의 구조와 전시 동선을 고려한 비정형적인 설치 방식을 시도한다. ⟨제자리걸음을 해보세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습니다⟩는 길이가 긴 직육면체 각목과 시멘트 조각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각목의 앞면과 옆면에 움직임을 암시하는 그림을, 시멘트 위에는 유연한 선을 그려 넣은 뒤, 벽과 바닥 사이에 두었다. 관람자는 수직을 이루는 두 면을 사선으로 잇는 다면체를 보며, 다른 각도의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회화의 선적인 요소에서 추출한 형태를 레진, 유리섬유 등의 산업 재료로 빚어낸 ⟨numen⟩을 선보이는데, 여기서 감각의 흔적은 실제 공간에 물질적 존재감을 획득한 채로 기립하게 된다. 이처럼 회화 내부에 집적되어 나타났던 여러 겹의 시공간은 3차원에서 다각도로 확장되어 실제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드러난다. 

이현지는 욕망의 풍경을 그린다. 작가는 자신의 욕망을 외부, 특히 자연에서의 감각적 경험에 이끌리는 감정이 내면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냄과 소멸을 반복하며 순환되는 감각으로 설명한다. 작가에게 자연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광활한 미지의 세계로, 그가 자연을 마주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감각은 붓질로 변환되어 화면 위에 켜켜이 쌓인다. 이번 전시에서 자연은 태양, 빛줄기 같은 광원으로 나타난다. 대칭을 이루며 설치된 ⟨몽환과 어긋남 사이⟩, ⟨하얀 공기⟩는 여러 개의 태양이 뜬, 그야말로 파헬리온 현상을 표현한 듯한 회화다.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본 하늘이 겹치거나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 본 듯한 태양, 일렁이는 표면에 반사된 듯한 태양이 화면 곳곳에 비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태고의 인류가 초월적 존재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태양을 바라보았던 그 원초적인 감각을 소환한다. 작가는 이 작업이 “자신이 욕망하는 대상에 압도된 경험을 응축한 풍경”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겹을 이루는 장면은 압도감이라는 지각적, 신체적 반응의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즉, 작가는 태양을 향하는 내면의 움직임 속에서 느낀 감각을 여러 겹의 장면으로 환원해, 하나의 심리적인 풍경으로 종합한 것이다. 작가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감정 중 해방감에 특히 무게를 두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빛의 움직임을 담아낸 회화에서 이것이 엿보인다. ⟨대기의 지표⟩ 연작과 ⟨구름길⟩을 살펴 보면, 속도감 있는 붓질로 빛과 바람의 흐름이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빛은 움직이고,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우리의 눈에 도달할 때까지는 이동하는 시간이 존재한다. 다만, 빛의 속도가 무척 빠르기에, 그 짧은 찰나를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뿐이다. 로벨리는 이러한 빛의 속성에 기인해 “‘지금’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의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거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빛의 속도를 포착하려는 작가의 붓질은 우리가 ‘지금’이라고 느끼는 찰나를 여러 개의 ‘현재’로 분할하는 역설적인 그리기라고 할 수 있다. 회화라는 가능 세계 안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몸으로는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경계 너머의 미지의 영역으로 해방된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두 작가는 전시장의 구조적 특징을 활용해 축적된 경계 공간과 시공간을 통과하는 광속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출입문이 있는 벽면에는 이현지의 ⟨빛이 머무는 궤도⟩가 문과 김한솔의 ⟨frame⟩ 사이에 설치되어 있다. 유리로 된 출입문은 외부와 화이트 큐브 사이의 경계라고 볼 수 있으며, 액자식 구조를 띤 김한솔의 회화는 여러 경계가 함축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제 공간의 경계와 회화적 공간의 경계가 이현지가 그린 빛의 통로로 연결된다. 한편, 전시장 깊숙한 곳에 있는 긴 공간의 양 끝에는 김한솔이 터널에서의 공간적인 경험을 담아낸 작업 ⟨Distant Passage⟩와 ⟨Taxidermied Scene⟩이 설치되어 있다. 관람자는 복도를 걸을 때 이현지의 ⟨반사된 움직임⟩을 곁에 두고 이동하며, 마치 광속을 따라 걷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두 작업의 협력으로 전시 공간 안에 또 다른 터널이 열린 것이다. 이제 이곳은 하나의 시공간이 아니다. 터널에서 터널로, 빛의 꼬리를 쫓으며 시간을 감각하자. 더 이상 당신은 하나의 당신이 아니다. 두 개의 태양이 뜨는 이곳에서 이제 어떤 태양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분별해 내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Parhelion》 

김한솔, 이현지 2인전 

2026. 6. 22 ~ 7. 11 

12~7시 (휴관일 없음) 


글ㅣ 박혜정 

촬영ㅣ 최철림 

디자인 ㅣ김한솔 


헤리시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8-1, 에이치원빌딩 B1F


《Parhelion》 

Hansol Kim, Hyunji Lee

2026. 6. 22 ~ 7. 11 

12–7 PM (Open Daily)


Text | Hyejeong Park 

Photography | Chullim Choi 

Design | Hansol Kim 


Heresi 

58-1, Dongsomun-ro, Seongbuk-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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